- [리뷰] 연말을 맞이하는 자세, 서울모테트합창단과 함께 한 헨델의 '메시아'
- 2018.12.17 10:07 입력
한 해를 보내는 12월의 어느 좋은 날, 헨델의 ‘메시아’가 박치용 지휘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11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모테트합창단 제112회 정기연주회는, 창단 30주년 기념 마스터피스 시리즈 두 번째 공연이다.
티켓 부스에는 팸플릿 옆에 악보도 놓여 있었다. 미리 정해놓은 앙코르 곡 ‘메시아’ 중 ‘할렐루야’ 악보다. 관객들과 다 함께 부르자는 합창단측의 신박한 기획이었다.
서울모테트합창단 창단 30주년 기념 마스터피스 시리즈 Ⅱ 헨델의 메시아
여자 합창단원들은 빨간 허리띠를 두르고 무대에 등장했다. 그것만으로도 송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솔리스트로는 소프라노 오은경, 알토 정수연, 테너 조성환, 베이스 성승욱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모테트챔버오케스트라가 함께 했다.
‘메시아’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서곡으로 연주회 막이 올랐다. 여유 있고 풍부하지만 간결한 사운드에, 비장미가 섞인 연주였다. 이어서 테너가 2곡과 3곡을 이어 불렀다. 따뜻한 음색이 ‘위로해 Comfort’라는 가사와 잘 맞았다. 한층 밝아진 3곡까지 끝나자 지휘자는 다음 합창곡을 하기까지 긴 호흡을 두고 쉬었다.
드디어 합창단원들이 입을 뗐다. 둥글고 포근한 소리로 ‘영광 Glory’를 노래했다. 이어지는 5곡과 6곡은 베이스의 바위같이 단단하면서 울림이 깊은 소리로 연주되었다. 6곡은 오케스트라와 결이 매우 잘 맞았다. 다시 합창이 ‘순수 Purify’를 순수하고 여리게 노래했다. 이어지는 알토 솔로는 중저음의 은근한 울림을 주었다. 9곡 마지막 부분은 알토에 이어 합창단이 노래했다. 다시 베이스가 어두운 분위기의 오케스트라 서주에 이어 진하고 걸쭉한 표현을 해주었다. 이는 11곡까지 이어졌고 12곡은 다시 합창, 환희를 머금은 연주였다. 13곡은 전원 교향곡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만으로 고르고 부드럽게, 보드라운 솜털을 매만지듯 흘러갔다.
소프라노가 이어 받았다. 은은히 반짝이는 음색이 16곡까지 이어졌고 17곡 합창이 바로 붙어 연주되었다. 다시 소프라노가 기쁨을 노래한 후 알토로 넘어갔다. 쳄발로와 첼로 한 대의 반주 그리고 ‘소경의 눈이 밝아지고 귀머거리의 귀가 열린다’는 가사가 알토의 음색과 맞물려 신비롭게 들렸다. 20곡은 알토과 소프라노가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불렀다. 소프라노의 편안하고도 고운 소리가 지나가고 1부 마지막 곡 합창 ‘그 멍에는 쉽고 그 짐은 가벼워’가 연주되었다. 가볍고 청아하게 공중을 울렸다.
인터미션 이후 2부와 3부가 이어졌다. 2부 주제는 ‘수난, 속죄’다. 무거운 분위기의 합창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알토가 슬픔을 노래했다. 오케스트라의 현이 가볍게 연주되었고 여기에 36.5도의 체온으로 알토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그러고 나서 약간의 사이를 둔 후 합창이 이어졌다. 맑고 넓게 펼쳐지는 소리였다. 26곡 전반부의 합창은 밝고 상쾌했다. 오케스트라도 가벼운 발걸음의 연주였다. 후반부는 경건하고 장엄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어 테너와 합창이 35곡까지 주고받았다. 테너는 슬프고 비참한 정서를 표현했다. 뒤로 갈수록 정서는 밝아졌다. 합창은 균형 잡힌 화음을 뽑아냈다. 환희를 머금고 환한 음색으로 각 성부가 조화를 이루었다. 36곡에서는 알토가 시원스러운 소리를 뽑아냈다. 합창과 소프라노, 합창이 이어진 후 베이스가 무겁고 진중하게 노래했다. 베이스의 노래는 빠르고 잘잘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묘한 균형을 이루며 음악에 맛을 냈다. 다시 합창, 테너가 이어진 후 2부 마지막 곡 ‘할렐루야’ 차례였다.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모든 관중들이 일어나 연주를 들었다. 트럼펫과 팀파니가 이번 곡에서 연주되었고, 곡이 모두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휘자는 객석을 향해 화답의 인사를 했다.
3부는 소프라노가 부드럽게 열었다. 이어지는 합창은 어두움과 밝음의 프레이즈가 명확하게 나누어진 구성의 곡이었고, 음악은 풍성하게 표현되었다. 48곡은 베이스와 더불어 트럼펫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사운드를 내며 곡의 특색을 나타냈다. 알토, 알토와 테너의 곡이 이어진 후 다시 합창이 ‘감사’와 ‘승리’를 노래했다. 소프라노의 솔로가 이어진 후 마지막 곡 합창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장엄하고도 풍부한 소리를 내며 ‘영원한 영광’을 노래했다.
음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박수가 마구 터져 나와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마지막 4성부의 ‘아멘’을 노래하기 직전이었다. 어찌되었든 마지막 부분은 과연 헨델의 ‘메시아’의 피날레다운 ‘아멘’이었다. 4성부가 따로 또 같이, 서로 섞이며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음악에는 울림이 있고 잔향이 있고 여운도 있다. 여유를 가지고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음악을 더욱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팁이 될 것 같다.
앙코르는 예정되어 있었듯이 관중과 함께 하는 ‘할렐루야’였다. 장관이었다. 지휘자는 객석을 향해 지휘를 했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헨델의 ‘메시아’를 통해 모두 하나가 되었다. 연말을 맞이하는 자세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프로그램
헨델 '메시아' The Messiah HWV56
(앙코르) '메시아' 중 '할렐루야'
공연정보
일시: 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