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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브람스 스페셜’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브람스 스페셜’ 네 번째 무대(지난달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독일 레퀴엠’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산뜻한 느낌을 준 변주곡도 좋았지만 이날 공연의 관심사는 주로 음반으로 접해왔던 ‘독일 레퀴엠’ 실황 무대였다. 베르디와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미사용으로 작곡됐지만 브람스의 레퀴엠은 공연을 위해 쓴 콘서트용 작품이다.
서울시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여기에 베이스 사무엘 윤, 소프라노 김영미가 가세한 서울시향의 공연은 이들의 이전 브람스 시리즈들과 비교할 때 좋으면서도 ‘좋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독일적인 ‘독일 레퀴엠’을 기대했던 필자로서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데 조금은 헐거운 느낌이 들었다. 규모가 컸지만 일체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합창은 결정적으로 독일어 자음 전달력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이날 공연의 가장 큰 실수는 소프라노 독창자 캐스팅이었다. 브람스에 어울리지 않는 음색, 학생 수준의 미흡한 독일어 발음은 실망스러웠다.
독일 성악곡의 색깔은 자음 발음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아티스트로 독일인보다 독일 발음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베이스 사무엘 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마무리까지 완벽을 기하는 발음과 음색, 음악을 생기 있게 한 표현력은 기억에 남는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전체적인 어울림에서 선이 분명하고 다이내믹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좀 더 설득력이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악과 현악의 일관성 있는 톤과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아우르는 가운데에 서서 중심을 잡아준 팀파니스트의 역할은 인상적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