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정상급 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튀링엔바흐페스티벌에 한국 단체로는 처음 초청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튀링엔바흐페스티벌에서 15~16일 이틀간 공연할 예정이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순수한 합창음악과 올바른 교회음악의 이상을 제시하고 실천한다’는 목표로 1989년 창단됐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합창단으로 2014년 재단법인 서울모테트음악재단으로 새롭게 태어나 교회음악 및 청소년 합창단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창단 주역으로 지금까지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박치용 지휘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을 앞두고 우리 합창단이 종교개혁 발상지인 독일에서 공연을 하려는 계획을 10년 전부터 품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세계적인 바흐 전문가 헬무트 릴링 선생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튀링엔바흐페스티벌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단체로는 처음 공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양 클래식음악의 뿌리인 바흐 음악의 본산에서 우리 합창단이 공연하는 것은 한국 음악계 전체의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튀링엔바흐페스티벌은 ‘바흐의 대사(大使)’로 불리는 지휘자 겸 오르가니스트인 릴링을 중심으로 1992년 시작됐다. 매년 저명한 연주자와 단체들이 찾는 축제다. 올해도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를 비롯해 테너 겸 지휘자 크리스토프 프레가디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이 참가한다.

2013년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와 함께 내한했던 릴링은 당시 서울모테트합창단과 협연한 후 “전 세계에서 수많은 합창단들과 연주했지만 서울모테트합창단처럼 바흐음악을 잘 이해하고 독일어 뉘앙스와 표현의 문제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합창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릴링이 서울모테트합창단을 튀링엔바흐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실비우스 폰 케셀에 적극 추천해 올해 초청공연이 성사됐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페스티벌에서 바흐의 모테트 BWV 227 ‘예수는 나의 기쁨’과 칸타타 BWV 131 ‘여호와여 내가 깊은데서 부르짖나이다’, 한국 작곡가 김지영의 ‘오우가’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모테트’는 르네상스 시대 종교음악으로 주로 사용되던 무반주 다성 성악곡으로 성경을 텍스트로 하는 게 특징이다.

박 지휘자는 “종교개혁의 이상을 음악적으로 드러낸 것이 바로 바흐의 교회음악”이라며 “이번에 선보일 곡들은 제 생각에 바흐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앙이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이 서울모테트합창단에 만만찮은 재정적 부담을 안긴 것도 사실이다. 초청을 받긴 했지만 합창단 규모(55명) 자체가 워낙 커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합창단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힘을 보태고는 있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 박 지휘자는 “11일 출국 전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 도움을 구하면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