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프란츠 요세프 하이든(1731~1809) 서거 200주년인 5월31일 하루 동안 전세계 20여개 나라에서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연주된다. 오스트리아의 하이든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세계의 천지창조’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서울모테트합창단과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릴레이 연주에 참여한다.

“<천지창조>는 삶의 존재에 찬란한 깊은 뜻이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든 아니든 음악을 들었을 때 우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창조된 우주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이슬람교이든 불교도이든 음악을 들으면 거의 형이상학적인 체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날 특별한 연주회에서 지휘를 맡은 이윤국(56·사진) 오스트리아 모차르트국립음대 교수는 “언젠가 <천지창조>를 연주하고 싶었는데 뜻밖에 모국 무대에서 꿈이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9월 오스트리아의 하이든페스티벌에서 하이든협회 발터 라이헐 단장으로부터 ‘세계의 천지창조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국이 참가한 배경을 들려주었다.

<천지창조>는 헨델의 <메시아>, 멘델스존의 <엘리아> 등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오라토리오 중의 하나. 하이든은 성서를 기초로 한 존 밀턴의 서사시 <실락원>을 기본으로 하는 대본을 읽고 총 3부 32곡으로 작곡했다. 그 자신 “창조자의 자비와 전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이 교수는 “음악적으로도 하이든이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가장 풍부할 때 만들어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며 “거대한 우주를 창조한다는 스토리인 만큼 연주 시간이 1시간40분이나 되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창단 20년의 역사를 가진 단체답게 음악적으로 기본과 정리가 잘 되어있다”면서 “몇 차례 연습을 해보았는데 단원 한 명 한 명이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한다는 눈빛이 보인다”고 귀띔했다. 또 “좋은 연주는 지휘자와 단원 간의 미묘한 창조적인 에너지의 교환인데 그런 것이 잘 성립되어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유럽에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 교수는 13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뉴욕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윌리엄즈대학에서 처음으로 지휘를 배웠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학교(현 모차르트국립음대)에서 산도르 베그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에게 지휘와 작곡을 배운 뒤 1982년 오스트리아 라디오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부터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뒤 92년 잘츠부르크 캄머 필하모니를 만들어 본격적인 지휘자로 나섰고 95년 모차르트국립음대에 한국인 최초로 교수가 됐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